세터가 띄운 하얀 공이 허공에 멈춘다. 순간 육중한 후위 공격수가 성난 독수리처럼 솟아올라 스파이크를 터뜨린다. '팍' 하는 타구음과 함께 공이 총알처럼 적진의 코트에 내리꽂힌다. 짜릿하고 통쾌하다. 브라보! 배구의 공격 패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백어택이 작렬하는 순간이다. 그 짧은 순간 내 몸의 모든 세포가 깨어나는 희열을 맛본다.
나는 배구 보는 것을 좋아한다. 시각장애를 가진 내가 '본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본다'. TV 중계를 듣는 것만으로, 코트의 모든 순간이 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