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한창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데, 지휘자는 갑자기 두 팔을 내리고 만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악단을 바라봤다. '단원들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신뢰의 표시로,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70)의 '전매특허'다. 관객들은 가속 붙은 롤러코스터에서 두 팔을 놓는 듯한 아찔한 황홀경에 빠져들게 된다. 지난 2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내한 공연에서 이 장면이 어김없이 재현됐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의 1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