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한 잔 걸친 남자가 밤거리에 들어섰다. 취한 눈에 골목 한가운데 커다란 물체가 들어왔다. 얼핏 언덕처럼 보였으나 실은 포크레인이었다. 남자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웅크린 그 모습은 일만 하다 잠든 우리 시대의 황소였다. 그는 거기서 아버지를 보았고, 형을 느꼈으며, 시대를 감지했다.
포크레인의 묵묵한 '실재감'에 울었던 남자는 제23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 이성열(51)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실재감이 중요하며, 얼마나 진짜인가를 고민한다"고 했다. 1991년 창작극 '한만선'(작 오태석)으로 데뷔한 이성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