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합법적으로 사라지기로 했다. 여기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라면 사라지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정소현 단편 '양장 제본서 전기'(소설집 '실수하는 인간' 수록작)의 주인공 '영지'는 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1983년 신문을 뒤적인다. 신생아 유기 사건을 다룬 기사를 찾기 위해서다. 그녀의 부모는 영지가 중학교 입학 무렵 이혼했다. 그 후 엄마는 1983년 어느 날 공중변소의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갓난아기를 데려와 길렀는데 그게 바로 영지였다는 충격적 얘기를 들려준다. 어렵게 찾아가 만난 아빠 또한 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