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0 한참 등산에 빠져 지내던 시절, 나는 산에서 종종 길을 잃었다. 어둑해진 데다가 힘까지 빠질 때면, 나는 배낭부터 뒤엎었다. 배낭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내다 보면 뭔가 요긴한 것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찌그러진 초콜릿 바, 처박아 둔 겨울용 양말, 녹슨 손전등 등등.'탈탈 터는 습관'은 내 일상이기도 하다. 예컨대, 입고 나갈 옷이 마땅치 않을 때, 나는 옷장을 샅샅이 뒤진다. 원고 마감이 코앞인데도 쓸 거리가 마뜩지 않을 때는? 옛 노트와 메모들을 꼼꼼히 훑어본다. 자꾸 들쑤시다 보면 쓸 만한 것이 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