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 중 마지막 작품인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작 차근호, 연출 양정웅)는 세상을 낭만주의자(romanticist)와 현실주의자(realist)의 대립으로 읽는다. 천 년 고서(古書)에 담긴 철학을 현대적 틀에 담으려는 프로젝트의 맥(脈)은 '로맨티스트'에 이르러 진평왕과 변신 여우, 도화녀를 불러냈다. 왕은 "신라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흥륜사 건축을 명한다. 공사를 맡은 낭만주의자 길달(한윤춘)과 현실주의자인 비형(이승주)은 대립 끝에 칼을 겨누게 된다.